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이 단편은 나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을 외모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사회에서 녹이 슬 수 있는 금속을 피부로 갖고 싶은 존재(수브다니)의 이야기다. 붓다는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다는 설화가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을 우리가 가진 고유의 성질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중에서 어떤 ‘상’을 나로 받아들여 그 성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구성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겐 정체성이 이른 나이에 구체화되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듯 하다.
원칙주의자와 실리주의자적 특징이 내게 모두 있으면 나는 오히려 기회주의자인가? 공동체적 관계망을 살려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의무로 엮인 관계에 부담을 느낀다. 그러면 나는 위선자인가? 지구 가열에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지만, 상당한 양의 화석연료 전기를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기회주의자와 위선자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이러한 모순을 딛고 언젠가 단단해진 정체성을 형성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 나만의 세계에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지혜가 함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