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며 개최한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학교에서 공부하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싶었다.
사회혁신은 결국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 경제문제를 풀어내려는 시도가 아닐까
"사회가 경제를 다시 배태해야 한다"는 폴라니의 주장에 이미 설득당하였기 때문에, 연사들이 ‘사회적 가치’나 ‘관계’를 언급할 때마다 유독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런 태도가 일종의 편향임을 알면서도, 그 편향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연사들은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며 관계의 변화, 연대와 호혜, 지역과 로컬, 그리고 성숙이라는 단어들을 반복해서 꺼냈다.
지역소멸, 사회 양극화, 기후위기와 같은 복합적인 문제의 뿌리가 현재의 사회·경제 시스템에 있다는 진단이 이어졌고, 그렇기에 우리가 오랫동안 약화시켜온 ‘공동체’를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논의는 수렴했다.
김홍중 교수에 따르면 공동체를 통한 사회혁신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취약성’을 감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 취약성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고 연대를 추구한다. 그는 여성-동물-장애로 이어지는 운동의 계보를 통해 이 연결의 양상을 설명했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 온 사안들을 사회의 규범적 문제로 재정의함으로써, 출산과 육식과 접근성을 사유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하였다.
지역소멸을 논할 때에도, 효율의 언어보다 규범의 언어가 먼저 와야한다
지역을 살리는 문제에서도 같은 물음이 되풀이된다. "작은 도시들은 없어져도 괜찮지 않나?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큰 도시에서 사는 편이 나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지역소멸은 효율과 이익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그것은 대안적 삶의 방식과 관계망, 그리고 그 지역에 애착을 가진 이들—관계인구—의 존재에 관한 문제다.
도시계획 담론에서 컴팩트 시티나 15분 도시보다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와 관계인구 담론에 더 마음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효율이 묻지 않는 질문, 즉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 담론들은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를 나서며
이번 행사에서 효율로 환원되지 않는 관계와 연대의 자리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박사과정에서의 연구가 그 자리를 더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